[매일 파워 인터뷰]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조회수 50387 | 등록일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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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인 성공신화 많이 쓰도록 '유리천장' 깨트리겠다"한무경 회장 사진 1


한무경 회장은 여성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깨고 싶어한다. 그는 “여성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한무경 회장 사진2

한무경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유력 후보들에게 여성기업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던 여성 대학강사가 불혹의 나이에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동차부품산업이다. 공장 화장실을 손수 청소할 정도의 낮은 자세와 부지런함으로 기업을 키웠다. 1억원에 인수한 기업은 매출 6천309억원(2016년 기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18년 만에 매출이 13배 증가한 것이다.

한무경(59) 효림그룹 회장은 자신의 기업을 반석 위에 올린 뒤,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지난해 1월 여성 재계의 수장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임기 3년)에 취임한 것이다. 한 회장은 “아직 한국에서 여성이 기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유리천장’을 깨고 싶다. 기업 활동에서도 남녀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는 어떤 단체이고, 협회 현안은 무엇인가.

▶여경협은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특별법인이다. 1971년 사단법인 대한여성경제인협회로 출발했다. 여성의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단체이다. 회원사는 2천500개이다.

회원들의 가장 큰 고충은 자금 조달과 판로 확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5대 공약을 내걸었다. ▷대통령 직속 여성경제위원회 출범 ▷여성경제연구소 및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 설립 ▷여성기업 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 ▷여경협 공동 브랜드 개발 ▷여경협 서로사랑네크워크 구축 등이다. 여성경제위원회나 인터넷 은행 설립 등은 대통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주요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건의했다.

-5대 공약 중 실행되고 있는 사업이 있나.

▶공동 브랜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회원사의 제품을 공동 브랜드로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업이다. 166개 회원사가 신청했다. 심사를 거쳐 73개 업체를 선정했다. 브랜드명은 ‘여움’(여성의 꿈이 움튼다는 뜻)이다.

서로사랑네크워크 사업은 회원사 간 거래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 및 비용 절감이 목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3억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여경협 회장으로서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 올해까지 공약사업을 마무리하겠다. 월요일에만 회사 일을 보고, 다른 날은 서울에 있으면서 협회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기업의 현실은 어떤가.

▶판로`자금`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공통된 애로사항이다. 여성기업은 이런 어려움을 더 많이, 더 크게 겪는다. 특히 불황기에는 여성기업이 더 어렵다. 여성이 남성보다 영업 활동에 불리한 게 현실이지 않으냐. 여성기업인이 성공하려면 남성보다 3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

여성기업은 대부분 직원 10명 안팎의 소규모이다.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업을 키우기 힘들다. 반면 여성기업은 안정적이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후보들에게 ‘여성기업 공약집’을 전달했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성기업인들이 ‘성공신화’를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는 유리천장 지수를 낮춰야 한다. 여성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여성경제위원회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능력 있는 여성들을 많이 발탁했으면 좋겠다. 여성이 소수가 되지 않는 시대가 앞당겨지길 희망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의 화두다. 산업 패러다임 급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에 중점을 둬야 하고, 지자체는 기업 하기 좋은 토양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단어는 ‘융합’이다. 즉, 마케팅`생산`설계 등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다른 업종 간, 기업 간 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신기술이 새로운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기술로 신제품을 만들고, 벤처기업은 대기업 지원으로 다시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자동차부품산업의 전망은.

▶자동차 소비량은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도 자동차 소비 감소의 원인이다. 공유경제는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의 확산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사업 다각화와 연구개발이다.

-효림그룹의 경영 방침은.

▶기업은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한다. ‘100년 가는 효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제조 방법을 개선하고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기업의 외형을 키울 생각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게 과제이다.

사훈은 ‘정도경영’(正道經營)이다. 납기를 철저히 지키고, 품질 관리를 꼼꼼히 한다. 회사 경영을 돕고 있는 남편을 제외하면, 사내에 친인척이 없다. 창업 초기에 겪었던 일 때문이다. 당시 경리담당 직원 이름이 한○○였다. 다른 직원들은 그 직원이 나와 친척인 것으로 오해했다. 직원들이 쑥덕거렸지만, 나와 경리 직원만 몰랐다. 3개월 뒤 그 사실을 알고, 직원들에게 해명했다.

-취업난으로 청년들이 힘들다.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달라.

▶사회구조적 문제가 청년 취업난의 핵심 원인이다. 기성세대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립 서비스다.

다만 몇 가지 당부가 있다. 먼저, 꿈을 일찍 구체화시킬 것을 권한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자주 강조한 말이다. 그리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고교 시절 대학교수를 꿈꿨다. 그래서 신설학과(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다른 학과에 비해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교수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20년간 강사 생활을 했으니 미련은 없다.

김교영 선임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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